[정책 리뷰] 강원도의 도전, 국내 첫  ‘잊혀질 권리’ 법 시행 [정책 리뷰] 강원도의 도전, 국내 첫  ‘잊혀질 권리’ 법 시행
지난 16일 금요일, 강원도의회가 열린 춘천시 강원도청. 강원도의회는 이날  언론의 주목을 받진 못해지만, 국내 인터넷역사에 남을 만한 의미 있는 법을 하나 통과시켰다.  강원도가 제출한... [정책 리뷰] 강원도의 도전, 국내 첫  ‘잊혀질 권리’ 법 시행

지난 16일 금요일, 강원도의회가 열린 춘천시 강원도청.

강원도의회는 이날  언론의 주목을 받진 못해지만, 국내 인터넷역사에 남을 만한 의미 있는 법을 하나 통과시켰다.  강원도가 제출한 ‘잊혀질 권리(디지털 소멸)’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  국내 최초로 ‘잊혀질 권리’를 제도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강원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온라인상에 남아있는 자신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권리를 강원도민에게 처음으로 부여하는 이례적인 행정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조례안은 강원도가 잊혀질 권리와 관련된 시스템 도입을 사업자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 이를 도입하는 사업자에게는 5년간 20억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강원도는 “조례안이 통과됨에 따라 도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잊혀질 권리 지원 조례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내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이에 앞서 지난 8월, 특허권리사인 마커그룹과 잊혀질 권리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 “인터넷에서 제발 나를 잊어주세요”….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 

“인터넷은 결코 망각하지 않는다(The Net never forget). 우리의 과거는 우리 디지털 피부에 문신처럼 아로새겨지고 있다.” 미국 저널리스트 J.D.라시카가 88년, 인터넷 잡지 ‘살롱’에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인터넷에 한번 올라간 기록은 무제한으로 복제, 유통되며 주홍글씨처럼 평생을 따라다닌다. 심지어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흘러다닌다.

섹스 동영상이 유포되거나 사귀던 전 애인과의 풀스토리가 유포돼 엄청난 고통을 받았던 연예인, 헤어진 애인이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유포한 사례. 악의적인 정보 유포로 사회생활에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일반인 사례.

인터넷에 떠도는 기록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일반화된 신상털기와 해킹, 몸캠 피싱, 불법 도촬 등 개인정보를 유포하려는 일반인과 영리 목적으로 개인 신상정보를 몰래 촬영해 유포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유출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잊혀질 권리는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가 세계 처음으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판결을 내놓으면서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다.

일명 ‘구글 재판’으로 불리는 이 재판은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곤잘레스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그는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과거 자신의 집이 경매 처분됐던 기사가 뜬다며, 이미 빚을 모두 갚았고 시간이 오래 지나 부적절한 정보라며, 해당 기사의 삭제를 요청했다.

법원은 “인명검색에서 해당 기사 링크를 삭제하라”고 판결, 곤잘레스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이후 유럽에서 구글에 접수된 개인 정보 삭제 요청 건수는 102만7495건. 구글은 이 가운데 적법성을 따져 41.3%의 요청을 받아들여 삭제했다.

하지만 유럽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더 중시하는 문화 차이로 인해 구글 재판 결과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이번 조례안 통과로 강원도민들은 국내 처음으로 잊혀질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자신이 원치 않는 정보가 인터넷에 기록돼 있을 때, 네이버 카카오를 통해 자신의 기록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 기억할 권리…정치인, 범죄자는 정보를 삭제, 신분세탁에 악용하지 마라

강원도의 ‘잊혀질 권리’ 조례안이 통과된 것을 계기로, 반대로 이를 악용할 범죄자의 정보는 차단하지 말고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기억할 권리’를 주장하는 여론도 만만찮다.

최근에는 정치인과 기업인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보도나 비판적인 평가, 악의적인 기록에 대해 포털에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정치인과 기업인 모두 범죄를 저질러 투옥생활을 했거나, 죄질이 나쁜 범죄사실에 대한 기록이나 보도내용을 삭제 요청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때문에 정치인이나 범죄자들이 자신의 신분세탁을 위해 정보를 임의로 삭제할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도 만만찮다.

일본에서는 원조교제 범죄 이력이 있는 한 남성이 구글을 상대로 자신의 원조교제 체포 이력이 검색되지 않도록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일본 법원은 “반성하고 새 삶을 살려고 하는데 지장을 받아 인격권을 침해당하고있다”는 남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남성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범죄자의 ‘잊혀질 권리’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정치인과 대기업 오너를 중심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범죄사실이나 평판 정보를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때문에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기억할 권리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서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6일 ‘한국의 잊혀질 권리 법제화를 위한 정책제언 자료집’을 발간, 잊혀질 권리’에 대한 보호규정을 입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원도의 잊혀질 권리가 어떻게 제도화될 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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