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으로 구성된 ‘K원전 팀코리아’ 컨소시엄이 약 27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을 수주한 이후 심각한 갈등으로 갈라섰다.
윤석열정권시절 국가차원에서 수주한 체코원전 프로젝트진행에 차질이 우려되는 동시에 원전 팀코리아 ‘K-원전’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체코 원전 팀코리아 갈등의 진원지는 시공계약을 둘러싼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간의 심각한 입장차. 공사비 정산 방식과 사업상 변수에 따른 비용 부담을 놓고 양사간 시공비 산정을 둘러싼 입장차가 1조 원에 이르면서 정면 충돌했다.
갈등의 핵심은 한수원이 체코원전 수주시 ‘총액확정 방식’으로 계약한 게 핵심이다.양측의 갈등은 한수원이 이를 바탕으로 신규원전 시공시 설계변경및 추가시공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시공사인 대우건설측이 전액 부담하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한수원은 기존 원전 건설사업에서 활용해 온 ‘총액 확정 방식’으로 추가 비용산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대우건설은 설계가 확정되지 않은 신규 원전의 공사 물량이 증가하는 추가비용 발생여지를 시공사에 떠맡기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수 차례 협상이 결렬돼 파국을 맞음에 따라 한수원은 새 시공사 선정은 물론 불거진 공사비 추가부담 및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공사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한수원은 실제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오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의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한다고 공식 밝혔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체코 발주사와 주계약을 체결한 이후 약 15개월간 대우건설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설계변경 및 추가공사 등 주요 계약조건과 관련 1조원의 추가비용 부문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갈라섰다.
대우건설 측은 공사비를 낮춘 수정안까지 제출했는데도,한수원이 일방적으로 협상을 종료,컨소시엄 시공계약협상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며 불괘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우건설은 수시로 설계가 변경되는 원전 시공의 경우 물량정산 방식이 통례적이며 한수원이 요구하는 총액확정 방식은 추가 공사 및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비용 문제를 감당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른 공사비 정산 방식은 새로운 컨소시엄구성시에도 가장 민감한 계약조건이어서 향후 추가 컨소시엄 구성시에도 이슈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한수원은 ‘총액 확정 방식’을, 대우건설 측은 설계에 따른 공사 물량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 ‘물량 정산 방식’을 요구하며 끝내 파국으로 치닫은 시공계약 조건을 둘러싸고 결국 정부가 나서 중재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체코원전 수주의 경우 이로인해 자칫 계약상의 시공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향후 추가적인 원전 수주와 관련해 ‘K-원전 팀코리아’ 신뢰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총액 확정 방식은 계약 체결 시 공사 전체비용을 한꺼번에 확정하는 방식이다.반면 발주사인 시공사 대우건설 측은 원전 프로젝트의 경우 방대한 공사규모로 인해 설계변경 및 추가공사 등이 불가피하며 이로인한 공사비 증가는 어쩔수 없는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당초 예상보다 공사 물량이 늘어나면 계약상 인정하는 조정사유가 계약에 명시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조정 사유가 되지 않는 추가 비용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량 정산 방식은 실제 시공 물량에 계약 단가 등을 적용해 공사비를 정산하고, 설계 진행 과정에서 공사 물량이 늘어날 경우 추가 비용을 반영,시공사의 비용 증가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실제 이로인한 두 회사가 각각 산정한 시공비 격차가 무려 1조 원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측은 “대우건설이 요구하는 수준은 프로젝트 전체로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며 “1조원이 더 될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는 2022년 최초 입찰과 2023년 수정 입찰 당시에는 총액 확정 방식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2024년 최종 입찰 과정에서 물량 정산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대우건설 측은 체코 사업에 적용되는 APR1000이 처음 건설되는 원전 모델이라는 점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원전 기본설계를 담당하지 않는 시공사가 설계 구체화에 따른 공사 물량 증가를 통제할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공사비뿐 아니라 계약상 책임 범위도 갈등의 핵심 쟁점이다.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와 체결한 주계약의 의무 중 대우건설이 하도급업체의 과실 등에 모두 책임을 져야한다고 요구한 반면, 대우건설 측은 설계 오류나 하도급 협력사의 과실 등 시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 및 추가비용까지 요구하는 계약에는 합의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이번 체코원전 역시 기존 원전 사업에서 해온 총액 확정 방식을 그대로 반영한 관행적 계약 방식이었다고 반박한다. 한수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은 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포스코이앤씨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은 현대건설·삼성물산과 각각 총액 확정 방식으로 시공계약을 맺었다고 공개했다.
다만 부지 정지와 원전 건물의 기초 굴착, 냉각수 계통 구조물 등 실제 시공 물량의 불확실성이 큰 일부 토목공사에는 단가계약을 적용하는 등 일부 공사 종류에 예외를 둔 방식이다.
한수원은 이번 체코 사업의 경우도 관례처럼 예외를 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대우건설이 물량정산을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우건설 측은 한수원이 늘어난 공사 물량을 계약 기준에 반영하면서도 단가를 낮춰 전체 계약 금액을 맞추도록 요구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대우건설 측은 이번 체코원전의 경우 기존 원전 건설 사례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한울과 바라카 원전에 적용된 APR1400과 달리 체코 사업의 APR1000은 건설 실적이 없는 신규 노형인 데다 유럽의 규제와 인허가 요건도 반영해야 하는 점 때문에 추가 공사 및 비용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한수원은 저가 수주가 이번 갈등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한수원은 입찰 단계에서 한수원 단독 입찰가가 아니고 두산, 한전기술, 한전연료, 대우·두산 컨소시엄 등 각 협력사 견적을 바탕으로 산정한 금액으로 입찰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 계약 금액이 원전 2기 기준으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UAE 바라카 원전보다 약 1.68배 높은 가격에 입찰에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대우건설 측은 당시 한수원이 위험예비비를 별도로 반영하겠다며 시공사 견적에서는 제외하도록 요청했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수원은 기존 시공 컨소시엄과의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에 나서 내년 7월 재입찰을 통해 새로운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경쟁입찰을 통해 공사비와 계약조건을 최적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상황은 여의치 않다는 게 건설업계 분위기다.
한수원은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에도 재입찰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실제 기존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두산에너빌리티는 대우건설 측이 배포한 반발 입장문이 자사와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와 협력해 전체 사업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밝혔다. 하지만 일부 공정이 이미 지연된 상황에서 재입찰을 통해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면서도 기존 사업 일정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김정관 산자부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회답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한전과 한수원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가져갈지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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