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삼성전자-③]이재용 부회장이 칼을 빼야할 4가지 병폐
장면 1
“물량은 이제 곧 우리가 세계 최대가 될 것이다. 새로운 솔루션, 새로운 피처 무조건 갖고 와라. 우리는 절대 삼성전자처럼 (납품사의 제품을 베껴 계열사 통해 자체 생산하는 것) 안한다”
중국 화웨이가 최근 세계 스마트폰 부품업계에 노골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다.
장면 2
터치 드라이버 IC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납품사 멜파스. 이 회사는 몇년 전, 갤럭시S4 모델당시, 삼성으로부터 설비증설을 요구받고 수백억원을 투자, 증설에 나섰다.
물론 계약서 한 장 없이 라인을 증설해야만 한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은 삼성이 요구하면 설비증설은 물론 적정 재고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삼성폰 판매부진이 극심해지면서 멜파스는 수천만 대 분량의 칩을 폐기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설비증설에 이어 재고물량까지, 연간 2700억원규모의 매출을 올리던 멜파스는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 파산위기까지 몰렸다.
삼성전자는 하청업체에 “라인을 증설해 납품물량을 2~3배로 늘려달라”는 요청을 수없이 해도, 이를 계약서로 문서화하는 경우는 전무하다. 약속했던 2배로 늘리겠다던 구매물량을 사주지 않는 것은 물론, 증설투자분에 대해서도 어떤 손해배상도 없다.
삼성폰 판매부진으로 인한 멜파스가 고스란히 떠안은 손실은 대략 수백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멜파스 관계자는 “당시 중국에서 재고 부품을 30%대 가격으로 구매하겠다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알려질 경우, 삼성전자 벤더에서 퇴출당할까 팔지 못하고 전량 폐기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약속 파기로 쌓인 재고물량을 다른 데 파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 게 삼성전자의 관행이다. 이런 벤더와의 거래 관행은 지금도 이어진다.
장면 3
카메라모듈 세계 최고업체였던 C사. 2000년대 하반기, 이 회사가 급히 모 그룹에 매각한 것은 삼성전자가 계열사를 통해 카메라모듈 생산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내재화 정책을 간파하지 못해 하루아침에 폐업한 회사가 한 둘이 아니다.
장면 4
삼성전자에 미들웨어를 납품하던 M사 역시 10년 가까이 삼성전자와 거래했지만,위기감을 느낀 대주주가 2000년대말 해외기업에 매각했다. 삼성전자가 납품회사와 ERP를 연동, 자사의 영업이익이 절대 5%가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 하청업체 자금운영까지 간섭하는 데 지쳐 결국 회사를 미국에 매각한 것이다. 딱 먹고살고 살 정도만 마진을 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4가지 사례는 사실 빙산의 일각이다.
삼성전자의 이런 거래 관행은 국내외 내로라하는 회사들을 하나둘 돌려세우는 치명적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런 납품구조로 인해 터치 드라이버IC를 개발하는 멜파스, 지니틱스, 이미지스 등 국내 부품회사들은 여전히 중저가 삼성폰용 부품생산에 머무르고 있다.
모 부품업체 CEO는 “기술 개발해 원가절감하면 보상이 있는 게 아니라, 곧바로 납품가를 인하하기 때문에 혁신적 기술개발투자에 한계가 있다”면서 “그마저도 언제 자체 생산할지 모르기 때문에 부품업체들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의 규모를 감안하면, 시총 5000억원~1조원대 부품협력사가 대략 100개 가까이 나와야 정상이라고 지적한다.
삼성전자가 혁신보다 원가절감에 골몰하면서 글로벌 부품납품업체의 제품을 하나둘 자체 생산하고 일방통행식 거래 관행을 반복하는 사이, 삼성에 대한 벤더들의 로열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벤더들에 대한 ‘삼성전자의 흡입력과 파워’에 균열이 생기자, 중국이 그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1년이후 중국시장에서 줄곧 1위를 지키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화웨이, 샤오미,애플, 비보, 오포 등 탑5에 밀려 5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사실 그리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이미 잉태된 예견가능한 일이었던 셈이다.
■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칼을 빼 들어야 하는 삼성전자의 4가지 병폐
삼성 스마트폰사업이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것은 4가지 암적인 관행 때문이다.
첫번 째는 계열사에 만연한 ‘적당주의’다. 이건희 회장 체제시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의사결정 구조는 엄격하고 살벌하기까지 했다. 삼성시스템LS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그룹 계열사라고 봐주는 법이 절대 없었다.
이건희 회장이 애니콜 초기모델 실패 후 수천 대 휴대폰 단말기를 불태우며 혁신을 외치던 90년대 중반이후 2012년까지만 해도 삼성전기조차도 외국계 부품업체와 똑같은 조건에서 납품해야 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 K씨는 “예전에는 계열사라고 해도 봐주고 그런 것 없었다”면서 “지금은 정말 느슨하고, 좋은 게 좋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지적한다. 타협과 적당주의가 지금 삼성전자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다른 삼성전자 전직 임원은 “사실 단기간내 실적을 위해 비용 줄이기에 몰두하다 보니, 삼성전자가 큰 것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듯하다”고 실토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제 삼성그룹의 새로운 리더로 ‘삼성전자의 부활’을 위한 첫 시험대에 올라있다.
성과를 통해 그는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우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만연한 적당주의를 없앨 수 있는 파격적인 조직개편과 인재수혈을 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칼을 빼야 할 두번 째 폐해는 바로 자리보전을 위해 단기실적에 집중하는 조직문화를 깨부수는 일이다.
생존을 위한 임원들의 이런 행보는 어쩔 수 없다. 결국, 오너가 혁신의 가치에 집중하도록 힘을 실어주고, 단기실적 대신 혁신의 철학을 지켜가는 임원들에게 많은 권한이 실리는 조직문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위해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스마트폰 사업의 본질과 글로벌 벤더, 혁신부품구매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져야만 한다. 조직문화에 혁신의 가치를 불어넣는 일은 보고만 받아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나서야 하는 것은 윤부근 부회장, 신종균 IM부문장 사장, 고동진 IM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 등 현 의사결정 라인이 이런 심각한 3류 조직문화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충성하는 스텝들이 여전히 지금도 조직문화를 이끌고 있다.
중국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도 이재용 부회장이 짚어야 할 세번째 대목이다. 이 정도 실적이라면 이건희 회장 체제에는 정말 추풍낙엽이었을 것이다. 애플에 세계 프리미엄폰 수익의 94%를 뺏기고, 중국시장 1위에서 이제 5위권 밖으로 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평온하기만 하다.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혹독하기 그지없는 인적 쇄신을 통해 삼성전자의 부활을 이끌 조직문화의 변화를 가져와야만 한다. JY가 삼성전자의 부활을 위해 꼭 해야 할 네번째 미션은 글로벌 벤더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줘야 하는 일이다.
삼성전자에 신기술을 제안하면,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시장리더십을 빠르게 회복시켜야 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지금 필요한 건 AP 등 핵심적 기능에 대한 역량 집중이다. 단순한 부품인 드라이버IC 등은 TI, 브로드컴에 외주줘도 된다.
부품업체 관계자는 “기능만 하는 부품이 있고, 스마트폰의 UI, UX를 결정하는 새로운 피처를 만들어내는 부품이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혁신을 놓치고 있는 것은 기능부품조차 아웃소싱하지 않고 원가절감을 위해 자체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부품업체 CEO는 “사실 삼성전자는 늘 새로운 피처에 몰두해야 하고, 그게 최우선이 돼야 한다”면서 “왜냐하면 이젠 하드웨워 싸움에서는 중국과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단계로 접어들면서 PC 산업과 비슷한 사이클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은 여전히 글로벌 ‘빅2’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칼을 빼 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스마트폰사업의 부활은 물론 스마트폰사업을 대체할 신사업도 빠르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IoT분야건 드론이건 VR사업이건 삼성전자의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포스트 삼성폰, 삼성전자의 부활이 힘들 것이란 분석은 이미 3류로 떨어진 현 삼성전자의 조직문화가 말해주고 있다.
이젠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개혁의 칼을 휘둘러야 한다. 지금의 경영진 라인으로는 개혁이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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