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클럽 개발했던 천재개발자,남세동 대표의 어이없는 투자실패기,위메이드 100억 투자철회 논란 세이클럽 개발했던 천재개발자,남세동 대표의 어이없는 투자실패기,위메이드 100억 투자철회 논란
프로그래밍 실력에 관한 한 국내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명한 천재 개발자가 국내 대표적 게임회사로부터 100억원대 투자 약속을 받고 법인설립 및 사무실 마련,... 세이클럽 개발했던 천재개발자,남세동 대표의 어이없는 투자실패기,위메이드 100억 투자철회 논란

프로그래밍 실력에 관한 한 국내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명한 천재 개발자가 국내 대표적 게임회사로부터 100억원대 투자 약속을 받고 법인설립 및 사무실 마련, 기존 직장에서 무더기로 사표를 쓴 창업멤버들이 합류한 시점에 투자가 무산돼 논란과 함께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KAIST 전산학과 3학년 재학 중 21세의 나이에 네오위즈 인턴으로 근무하며 그 유명한 세이클럽을 개발, 네오위즈 대박 신화를 일궈냈던 화제의 주인공 남세동(38) 보이저엑스 대표이사다.

남세동 대표는 1일과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장현국 대표와 4개월여에 걸친 투자협상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100억원 투자와 법인설립, 사무실 마련 등에 필요한 10억원을 금전대차계약서까지 작성해 사전 지급하기로 해놓고 박관호 의장 미팅 후 4개월여간 진행해온 100억원대 투자 약속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고 주장, 논란이 일고 있다.

남세동 대표와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딥러닝 및 인공지능(AI)전문 회사 보이저엑스를 설립, 기업가치 600억원으로 추정하고 대략 100억원대 투자를 하기로 수차례 미팅을 통해 구두합의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위메이드 대주주인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과의 최종 미팅 이후 ‘결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개발자 출신이 창업할 때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밝혀져, 4일 하루 종일 페이스북을 후끈 달궜다.

남세동 대표와 위메이드 간 투자협상 결렬은 투자업계 관례에 비추어볼 때 통상적인 수준의 사례이며, 위메이드 경영진은 남 대표의 경우 투자 미팅에서 “잘못되면 나중에 (내가)감옥에 갈 수 있느냐, 개인적으로 부채가 남느냐?” 등의 질문을 하는 등 투자자 입장에서 사업을 하기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라는 판단아래 투자협의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투자 실무자가 아닌 위메이드 대표가 남 대표와의 미팅에서 수차례에 걸쳐 “100억원 투자는 전혀 문제없고 내부 이사회 통과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보이저엑스에 대한 투자의사 결정이 이미 끝난 것처럼 발언한 것으로 드러나, 위메이드 역시 스타트업 투자와 관련해 모럴해저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한 투자 전문가는 “전체적인 메시지를 보면 창업자가 아직은 경영을 할 만큼의 준비가 덜 된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하지만 위메이드 쪽에서도 창업가에 대해 100% 투자확신을 심어준 것은 어떤 형태로든 비판의 여지가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투자결렬 해프닝은 개발자 출신이 창업과 투자유치 협상 시 얼마나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해야 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투자유치는 통장에 투자금이 입금되기 전까지는 투자가 이뤄진 게 아니라는 냉엄한 투자 현실을 잘 보여준 사례로 분석된다.

실제 남 대표는 지난 1월 위메이드 장 대표의 요청으로 만나 딥러닝 창업 시 100억원 투자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수많은 고민 끝에 일본에서의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귀국, 법인설립과 사무실까지 마련했지만, 협상 4개월여만에 일방적으로 투자 불가를 통보해왔다고 주장했다.

남 대표는 이로 인해 라인, 카카오 등에 근무하던 10여명에 이르는 초기 창업멤버 역시 기존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는 등 합류하는 시점에 일방적으로 투자중단을 통보해와 매우 당황스럽다는 글을 대거 게재했다.

남세동 대표는 21세의 약관의 나이에 카이스트 전산학과 3학년 휴학 중, 인턴으로 근무하며 네오위즈 개발팀장을 맡을 만큼 프로그래밍에 관한 한 KAIST출신 그룹에서도 손꼽히는 천재 개발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장병규 본엔젤스파트너스 창업자의 KIAST전산학과 6년 후배로 그 인연으로 네오위즈 인턴을 거쳐 첫눈 팀 개발자로 직장생활을 이어간 사실상 ‘장병규 사단의 핵심 개발자’였다.  남세동 씨는 네오위즈 첫눈 시절 게시판 내 수많은 페이지를 모두 검색할 수 있는 복잡한 크롤링 검색기술을 적용, 첫눈 게시판검색서비스를 직접 개발해 당시 첫눈 장병규 대표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남세동 대표는 첫눈이 네이버 합병 당시 상당한 규모의 지분 엑시트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첫눈 팀이 그대로 일본으로 건너가 라인서비스를 개발한 것과 맞물려 그동안 일본에 체류하며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KAIST출신 개발자 및 개발자 커뮤니티 관계자에 따르면 남세동 대표는 프로그래밍에 관한 한 국내 몇 손가락에 들 정도로 최정상급 천재개발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개발밖에 모르는 스타일이라는 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원만한 성격의 남 대표는 개발밖에 모르는 탓에 창업자 및 기업가로 갖춰야 할 균형감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와 개발 외 경영과 관련해서는 전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투자협상에 나서,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건은 위메이드 쪽에서 천재개발자를 확보, 시드투자를 할 요량이었지만, 준비 안 된 창업자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박관호 의장의 최종 ‘불가’방침에 따라 대표이사 선에서 합의했던 투자를 끝내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투자업계는 이번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와 위메이드 100억원 투자파기건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기술력만 있다고 창업하는 것은 매우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업계는 사업은 경영이기 때문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창업할 경우 많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점을 들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스타트업계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은 투자자 파트너 협상 시 신뢰할만한 기업인지 등을 레퍼런스 등을 통해 꼼꼼하게 따져보고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며, 아무리 달콤한 기업 가치와 거액의 투자를 약속하더라도 의심하고 끝까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남세동 대표 역시 위메이드 100억원 투자유치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극한의 문제를 극복하며 스스로 확신한 딥러닝 및 AI 관련 개발성과를 이뤄낸다면 또다른 투자유치 기회는 물론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사업경험이 전무한 개발자 출신이 이런 한계상황을 극복하며 초기 팀빌딩에 성공하며 사업을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작년 말 기준으로 위메이드 지분 47.36%(801만2233주)를 보유한 최대주주 박관호 이사회 의장이 올해 초 48억733만 원 배당금으로 받아 논란이 일었다. 위메이드의 경우 지난해 730억 원 적자(당기순손실)를 기록했고, 지분을 투자한 카카오의 주가 하락에 따른 지분가치 평가손상차손이 대거 반영돼 재무제표상에 4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위메이드는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임직원 수가 99명으로, 지난 2015년 9월 말 499명에 비해 400명이나 감소한 바 있다. 경영 악화로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다 결국 지난해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수치상으로 흑자를 낸 상황에서 대주주를 위해 과도한 배당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위메이드 대표로부터 100억의 투자 약속을 받고 창업을 결심한 후 본인들 포함 창업 멤버들이 기존 직장에 사표를 내고 사무실까지 구하며 모였으나 결국 마지막에 “이메일”로 투자불가 결정을 통보받았다는 남세동 대표가 겪은 몇 달간의 이야기다.

많은 스타트업계에 좋은 교훈이 될수 있고, 오해를 막기위해 남 대표 글을 모두 소개한다.

①지난 4개월 동안 겪고 깨달은 일을 정리해 본다. #1

2017년 1월 9일, 위메이드의 대표(이하 위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국에 있으면 점심이나 차 한잔 할 수 있냐고.

나와 아내 그리고 아들 우주는 우주의 탄생, 그러니까 빅뱅을 맞이 하기 위해서, 더 정확히는 산후조리원 때문에 잠깐 한국에 들어와서 처가에서 살고 있었다.

1월 15일 일요일 아침, 위대표와 압구정에서 차를 마셨다.

창업 얘기를 했다. 나는 십억 정도 투자해 준다고 하는 분들이 꽤 계셨지만, 그렇게 십억 정도의 투자를 받는다고 해서 창업을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수십억을 투자 받는다 하더라도 아마 그것 보다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지금처럼 딥러닝 및 이것저것을 공부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 고민 중이라고 했다. 나는 18년간의 회사생활을 마치고 때로는 백수 때로는 프리랜서처럼 활동 하면서 꽤 행복 하게 지내고 있었다.

이전부터 나는 내가 꿈꾸는 형태의 창업에는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두가지였다. 우선 나는 한두개의 아이템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더 나아가서 사업을 성공시킬 자신이 없었다. 나의 지난 역사를 스스로 돌이켜 볼때 열개 시도 해 보면 한개는 크게 성공, 한개는 작은 성공, 나머지 여덟개는 실패였다. 그리고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회사에서 같이 일 해 보자고 멤버들을 모집 하고 리드해 나갈 자신도 없었다. 당장의 연봉은 꽤 낮아지겠지만 우리는 재밌는 일을 할 거고, 돈도 많이 벌거고,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거고, 아무튼 좋은 회사가 될 거라는, 그런 말을 할 자신이 나에게는 없었다.

누가 백억 정도 준다면 모를까.

백억이면 대략 3년간 대략 10개 이상 정도의 아이템을 시도해 볼 수 있고, 그 기간 동안 우리 멤버들도 돈 걱정 없이 신나게 제품 개발, 서비스 혁신, 고객 창조에 집중할 수 있을 듯 했다. 나는 이러한 생각에 진지하게 응할 투자자는 없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나는 창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위대표는 백억을 투자 할 수 있다고 했다. 예? 뭐라고요? 나는 너무 놀래면 아무 생각 없이 일단 “뭐라고요?”라는 말이 나가버리는 습관이 있다. 나는 여러번 확인했다. 그거 정말 확실한 말인지, 그리고 그 백억은 정말 없어져도 되는 돈이냐고. 위대표는 위메이드는 그 동안의 경험으로 작게 여러 군데 투자 하는 것 보다 크게 몇 군데만 투자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곧 수천억에서 일조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게 될 것 같고, 그래서 백억 정도는 잃어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3년 정도 해 보고 안 되면 아마 이어서 더 투자 하고 싶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오히려 그때 가서 내가 더 이상 사업을 안 하고 싶어 한다면 아쉬울 것이라고도 했다. 10년 정도 꾸준히 투자하고 성과를 보고 싶다고 했다.

잃어도 된다고 하는 돈 백억, 그리고 딥러닝에 대한 나의 믿음, 좋은 회사에 대한 오래된 꿈, 같이 하고 싶다고 언제 창업하냐고 연락해 오던 좋은 사람들, … 내가 정말 창업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아니 창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이번에도 피한다면, 나는 영원히 창업을 피하게 되는 것 아닐까?

@ 쓰다 보니 길어져서 여러번에 걸쳐서 나눠서 쓰기로 했다.

②지난 4개월 동안 겪고 깨달은 일을 정리해 본다. #2

투자금 백억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 얘기를 얼마나 믿어도 되는 걸까… 나는 과연 창업을 하고 싶긴 한 걸까. 이러한 것들 그 중에서도 특히 백억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 같았다. 일단 우리 업계 선배님들, 그리고 투자와 창업에 대해 경험이 많으신 분들을 열심히 만나뵙고 많은 말씀들을 들어 보기로 했다.

선배님들은 우선 투자금에 다들 놀라셨다. 멤버도 없고 아이템도 없는데 백억이라니. 한국 우리 업계 투자 역사에 없었던 일이라 했다. 나도 크긴 큰거겠지 정도로 생각 했었지만 그게 역사에 없을 정도로 큰 것인지는 몰랐다. 가장 유사한 예는 약 다섯명 이하 정도의 멤버가 삼년 정도 뭘 해 보다가 다 실패 하고 새롭게 뭔가를 해 보겠다고 해서 십억을 투자 받은 예가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위메이드(이하 위사)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 위사는 충분히 투자 여력이 있고…라기보다 오히려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일테고 사업 보다 투자를 더 잘한다는 평도 있다고 했다. 나는 사실 게임 업계에 별 관심이 없어서 위사가 어떤 존재인지 잘 몰랐고 사실 이름도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여하간 투자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말에 일단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돈 때문에 날 괴롭히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내가 익숙한 우리 동네, 그러니까 인터넷 업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운 업계인 게임 업계의 회사니까… 본사도 판교에 있고 어느 정도 내 예상 범위 안에서 그러니까 내가 알고 있는 상식 내에서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밸류에이션은 육백억이었다.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꼭 좋은 것이 아니며, 위사 내지는 위대표 또는 위의장에게 이런 저런 이슈가 있을 수 있다는 걱정을 말씀 해 주신 분도 계셨다. 하지만 결론은 여하간 높은 밸류에이션은 나쁜 점 보다는 좋은 점이 훨씬 크며, 그 정도 투자금과 투자 조건, 그러니까 순수한 FI(재무적 투자)라는 조건은 위스타(위*)에 이런저런 이슈가 있더라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선배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거부 할 수 없다. 거부 할 수 없다? 거부 할 수 없다!

@@@

이 말이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나는 이 투자를 거부할 수 없고, 창업을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어차피 내가 학계가 아니라 업계에서 살기로 한 이상 죽기 전에 창업을 해 보긴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바로 지금인가. 하필 우주도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이때란 말인가… 게다가 딥러닝… 딥러닝은 꼭 지금, 바로 올해 시작 해야 할 것 같긴 하고… 업계 역사에 없던 일이라니, 이게 잘 못 되면 업계 흑역사로 크게 남겠구나. 심적 부담도 컸지만, 그만큼 해 봐야겠다는 도전 의식도 하루 하루 슬금슬금 커지고 있었다.

처음 백억이라는 숫자를 들은 후 대략 한 달 정도는 계속 업계, 창업, 투자 선배님들을 만나면서 의견을 들어 보고, 또 원래 하던 딥러닝 공부 및 강의를 계속 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창업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너무 많았다.

잘 못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만약에 직원 누군가가 횡령을 하면 그 책임이 대표인 나에게도 오는 것은 아닐까? 어떤 내가 통제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때 내가 감옥에 가지는 않을까? 사업이 망했을때 나와 우리 가족이 돈을 갚아야 하는 일은 없는 건가? 멤버들에게는 얼마나 주식을 나눠 줄 수 있는 걸까? 내가 주식을 많이 나눠주겠다고 한다면 그것에 대해서 위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위사는 경영에 얼마나 관여하고 싶어 할까?

그렇게 고민하며 지내던 중… 위 대표와 다시 약속을 잡았다. 처음 얘기를 나눈 후 딱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2월16일 목요일 저녁. 삼성동 다이닝텐트였다. 나는 미팅에 앞서 위와 같은 질문들을 메모장에 정리 했다.

지난 4개월 동안 겪고 깨달은 일을 정리해 본다. #3

2월16일 저녁 삼성동 다이닝텐트. 왜였을까. 나는 다이닝텐트가 당연히 중국집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다른 이름과 헷갈렸겠지. 아무튼 다이닝텐트는 중국집이 아니고 와인이 잔뜩 쌓여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위대표는 한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서 나에게 문자를 보내왔었는데, 나는 아래의 “딥러닝 공부 방법” 글을 쓰고 있느라 그 문자를 보지 못 하고 있었다.

https://www.facebook.com/dgtgrade/posts/1340177956041067

약속시간이 거의 다되어 도착했다. 한 시간이나 기다린 위대표에게 매우 미안했다.

다이닝텐트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었다. 아, 이런 분위기가 바로 백억 투자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에 어울리는 분위기인가 보군! 고기를 썰며, 와인을 마시며 나는 준비해 온 얘기들을 꺼냈다. 우선 첫번째로 사업이 잘 안 되었을때 내가 감옥에 가게 되거나 경제적 책임을 질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 위대표는 상법에 나온 배임 횡령 등은 막을 수 없겠지만 열심히 사업 하다가 잘 안 되는 케이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속 한다고 했다.

여러가지 와인을 돌아 가면서 마시다 보니 얘기 중간 중간 와인 얘기들도 나왔는데 사실 관심 없고 잘 이해도 안 되어 적당히 넘겼다.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헝그리 하게 스타트업을 운영 할 생각이 없으며 멤버들을 고생 시켜 가면서 같이 백미터 달리기를 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위대표는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템도 이제부터 찾으면 되고, 인공지능과 딥러닝을 하는 것도 좋고, 멤버들에게 내 주식을 나눠주는 것도 마음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스톡옵션도 많이 발행해도 된다고 했고.

나는 이해가 안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백억을 투자 할 수 있지? 그래서 물어봤다.

그런데 제가 투자 받자 마자 예를 들어 그 다음날 회사 문닫으면 저만 팔십억 이상 챙기고 끝나는 거 아닌가요?

위대표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상법상으로도 그리고 투자 계약서 상으로도 못 한다고. 회사의 청산 절차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구나. 이해했다. 민법 형법 외에, 내 인생에 상법이란게 처음으로 머리속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아마 이 날이었던것 같다. 사업은 일본에서 할 건지 한국에서 할 건지 위대표가 나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내가 웃었다. 백억 투자를 결정한 사람으로부터 받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난 일본에서의 나의 능력의 한계로 하게 되면 당연히 한국에서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무튼 꽤 오랜 시간 얘기했는데 내가 크게 걱정하던 것들, 그리고 작게 걱정하던 것들, 모두 다 위대표의 말을 듣고 보니 하나도 걱정할게 아니었다. 위대표는 정말 멋있었고 아직 만나진 못 했지만 위의장은 매우 훌륭한 분임에 틀림 없고 위사는 정말 위대한 회사였다. 만약 우리 회사가 성공하면 위사에게 지분율 이상으로 더 돌려줘야 할텐데 그런 방법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날 나는 집에 돌아오며, 거의 확실히 깨달았다. 아, 이제 더 이상 창업을 피할 길이 없구나. 어떤 식으로든, 그러니까 내가 기존에 받았던 여러가지 형태의 다른 제안들과 섞든 안 섞든 아무튼 간에 창업을 하긴 하겠구나.

지난 4개월 동안 겪고 깨달은 일을 정리해 본다. #4

2월 17일, 여전히 해는 동쪽에서 떴지만 분명히 뭔가 그 전과는 다른 해가 떴다.

그 동안, 그러니까 내가 일본에 있을때부터 출산차 잠깐 한국에 들어온 이후까지 나에게 좋은 제안을 주신 분들이 많았었다. 그 제안들과 위사의 제안을 섞을 방법이 없는지 고민해 보았다. 그 중에서 섞을 수 없을 것 같은 안들, 그러니까 입사 제안 같은 것들은 모두 아쉽지만 거절 하였다. 그러나 섞을 수 있겠다 싶은 안들도 있었다. 이 안들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해 봤으나 금새 모두 사라졌다. 투자금 백억과 밸류에이션 육백억이 너무 커서 다른 것들과 얘기가 진행이 잘 될 수가 없었다. 나도 보이저엑스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더 바라는 바도 없지만, 어떻게든 좋은 파트너 분들을 모셔보려 했는데, 그게 이 돈의 크기 때문에 잘 안 되었다.

동시에 위대표는 위사의 투자실무자를 소개 시켜 주었고, 샘플계약서도 보내주었다. 계약서를 보니 일단 숨이 콱 막혔다. 내가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문장 하나 넘기기가 힘들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수 밖에 없었다. 상법과 투자 등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창업을 했으면 사업을 해야지. 사업을 하려면 멤버들을 모아야 하고, 멤버들을 모으려면 사무실이 있어야지. 계약서만 보고 있는게, 좀 주객이 전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계약을 맺고 투자를 받게 되면 이 투자금이 너무 크다 보니 멤버들에게 주식을 양도하는 것도 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톡옵션은 또 상법상 10% 제한이 있네. 아 이런, 한번에 큰 투자금을 받게 되면 이런 문제도 있구나. 그래서 멤버들을 빨리 모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나는 몇가지 확인을 했다. 중요한 사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위대표에게 직접 물어봤다. 계약서를 검토하면서 동시에 멤버를 모으고 사무실을 구하기 시작해도 되느냐고. 위대표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좋은 사무실을 구하고, 멤버들이 빨리 모이길 바란다고 했다.

나는 이것이 내 스스로도, 그리고 위사가 보기에도 나의 첫 시험대가 아닌가 생각했다. 훌륭한 멤버들이 즐겁게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백억 투자에 어울리는 좋은 사무실도 빨리 구하고 멤버들도 얼른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사무실을 구하려면 보증금이 필요한거 아닌가? 위사와 더 얘기를 하다 보니 백억 계약서는 몇십장이나 되고 서로 검토도 오래 걸릴테니 우선 십억에 대해서만 금전대차계약을 하기로 했다. 과연, 금전대차계약서는 받아보니 겨우 두장짜리였고, 내용도 별거 없었다. 금전대차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내가 봐도 별로 없었다. 심지어 개인으로서의 내 이름은 들어가 있지도 않아서, 혹시라도 내가 큰 빚을 지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안해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오,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가.

그래도 내가 워낙 겁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른 여러 사람, 그러니까 멤버들, 사무실 임대인, 부동산중개업자, 인테리어업자 등등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혹시라도 있을까 불안했다. 너무 불안해서 그 이후에도 몇번의 확인을 거쳤다.

– 혹시라도 이사회를 통과 못 할 일은 없는가?
– 사무실 보증금은 정말 괜찮은가?
– 금전대차계약도 정말 확실한가?

예를 들면 다음 캡쳐 이미지들과 같이.

이렇게 카톡으로 전화로 메일로 위대표의 확인에 확인을 거쳐가면서 진행했다. 나는 아주 가끔, 그러니까 며칠에 한번씩 불안함이 커진 순간에 만에 하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곤 했다. 위사는 상장사고, 돈도 많고, 위대표는 그 회사의 대표이사다. 대표이사의 약속은 증거가 남아 있다면 회사가 부인 하기 쉽지 않을 거다. 꼭 계약서 도장을 찍지 않더라도 이렇게 수없이 많은 카톡과 메일로 오간 내용들이 남아 있다면 이것은 분명히 상당한 법적 효력을 가질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이것이 잘 못 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혹시나 잘 못 되더라도 그 피해액은 상당히 크게, 그러니까 피해를 본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충분히 보상해 줄 수 있을만큼 보상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사실 그런 생각은 아주 잠깐씩 했었다. 역시나 내가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이니 괜한 걱정을 하는 것 아닐까? 위대한 위사에 대해서 참 별 걱정을 다한다고 생각하고 금새 지나갔다.

이렇게 2월, 3월, …, 나는 어느새 진짜로 사업 준비를 열심히 시작 하고 있었다. 이전에 내가 일주일에 며칠씩 다니던 두개의 직장은 모두 그만뒀고, 다른 여러가지 형태의 제안들은 모두 거절했고, 딥러닝 강의도 일단 추가로는 거의 받지 않았다.

보이저엑스라는 회사명을 정하였다. 순수함. 호기심. 모험. 기술. 그리고 아마 아무도 눈치 채지 못 했겠지만 이 회사명에는 “엄청난 투자”라는 뜻도 숨어 있었다. 빅사이언스, 로켓사이언스가 있었기에 보이저호 같은 게 가능했던 거다. 나는 회사명에 “엄청난 투자”라는 뜻을 담아 위사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법인을 설립했고, 사업자 등록도 했고, 회계사와 계약도 했다. 이 엄청난 계약을 도와줄 변호사도 구했다. 아직 사무실은 계약을 못 했지만 수십명의 후보 멤버들을 만나봤고, 그 중 일부 멤버들은 어느 정도 얘기가 진행 되었고, 이전 직장에 퇴사까지 통보한 사람이 2명이나 나왔다. 주변 동료에게 퇴사 논의를 시작한 사람도 2명이 있었고, 1명의 후배는 휴학중에 취직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리쪽에 조인하기로 했다. 아, 방학때 잠깐 알바를 하기로 한 학생도 3명을 구했다. 그리고 나의 아내는 일본 직장에 퇴사 얘기를 하였고, 우리는 한국에서 살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어린이집에는 일단 줄을 섰고, 일본 집 이사 계획도 세워보기 시작했다.

지난 4개월 동안 겪고 깨달은 일을 정리해 본다. #5

4월. 백억 & 육백억. 보이저엑스 & 위메이드. 이미 업계에는 소문이 꽤 나있는 것 같았다. 스타트업 또는 인터넷 아니면 게임 업계의 투자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큰 투자였다.

미디어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고 언론사 인터뷰를 주선해 주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나는 동네 카페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는게 반갑지만은 않을 정도로 나 개인이 알려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거절하였으나, 가만 생각해 보니 이건 어차피 기사가 크게 나가지 않을 수가 없는 거고, 분명히 그 중 일부 기사에는 내 얼굴도 나갈거 같았다. 아마 페이스북 사진 중에서 카피 & 크롭 해서 나가겠구나 싶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또 보이저엑스의 대표가 되려면 어차피 퍼블릭 하게 알려질 각오도 해야 할 것 같고, 스스로를 포장도 할 줄 알아야 할 것 같고, 기왕 기사가 나갈거 나 혼자가 아니라 위대표와 내가 함께 인터뷰를 하면 아름다운 기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면 보이저엑스가 멤버들을 모집하거나 사업 파트너 회사를 찾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위대표와 상의후 이 계약이 마무리 되어 공개할 수 있게 된 이후에 인터뷰를 하기로 하였다. 나는 보이저엑스는 좋은 스타트업, 위사는 위대한 투자사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알리면 되겠다 생각했다. 위대표는 보통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듯 한데 나도 검은색 옷을 입으면 이상하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한편, 나는 열심히 멤버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스타트업에 사람 뿐이 더 있나. 사람이 제일 중요하니 사람부터 모아야지. 돈을 보고, 아니 돈만 보고 오는 멤버들을 걸러내기 위해서 처음부터 돈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연봉이나 주식 등을 포함한 보상 얘기는 멤버에게도 보이저엑스에게도 매우 중요한 얘기다. 결국 얘기하게 된다. 나의 최종 필터를 거친 사람들에게는 보상까지도 얘기가 이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연봉이나 업무 환경 면에서 아주 헝그리한 스타트업은 아닐 것이고, 삼년 동안 즐겁게 일 할 수 있을 만큼의 자금이 있을 것이고, 시작할때의 주식, 그러니까 종이 조각에 불과하지만 아무튼 그 종이 조각의 가치가 꽤 높다고 얘기했다.

업계 경험이 좀 있는 멤버들은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나에게 반문하였다. 당연한 반문이다. 나는 이러저러 해서 우리 투자사가 그러한 큰 투자를 하기로 하였고, 그 투자사는 상장사고, 돈이 매우 많고, 대표이사가 이런저런 약속을 했고, 업계에 소문도 꽤 났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이 투자가 깨지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멤버들에게 얘기하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서 개인적으로도 이런 저런 액션들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내가 한다니까 뭐든 간에 같이 하고 싶다는 사람, 딥러닝은 크게 잘 될거라고 믿는 사람, 그 정도 돈이 있으면 삼년간 뭐든 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개발자, 기획자, 사업가, 등등 각자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무튼 관심을 보이고 액션까지 취하는 멤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한명은 라인을 퇴사 했다. 한명은 카카오에서 퇴사 절차를 밟고 마지막 휴가 기간에 들어갔다. 한명은 쉬고 있는 상태였는데 다른 구직활동을 중단했다. 두명은 보이저엑스로 오기로 확정 후 현재의 직장에 정식 퇴사 통보를 할 날짜를 고민하고 있었다. 두명의 학생은 보이저엑스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기로 했고 한명의 학생은 고민 중이었다. 그리고 십여명의 후보 멤버들과는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십억 금전대차계약서는 내용도 너무 간단하고, 확실히 진행 되는 것이었기에 검토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지만, 아무튼 우리측 로펌과 위사측 법무팀 검토를 마무리 했다. 백억 투자 계약서도 큰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얘기가 다 끝났고 우리측 로펌의 검토가 본격적으로 진행 되면서 단어 하나 하나까지 검토 및 수정하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사무실. 창업, 또는 투자 선배들에게 상담을 해 보니, 어차피 그 정도 돈이 있으면 아끼는 것 보다는 잘 써야 하는 거고, 잘 쓰려면 사무실을 크고 좋은 것을 구하라고 하나 같이 얘기하더라. 왜냐면 어차피 사람 금방 늘어날텐데 (늘어나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사 비용, 인테리어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좋은 사무실을 구하기로 마음 먹고 결국 한달 넘게 십군데 이상의 사무실을 돌아 본 후, 아주 좋은 사무실로 계약했다. 사무실로 사용하기에도 좋은 신축 단독 주택이었다. 사무실 임대인은 법인이 아니라 개인이었고 거기서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 임대차 계약이 깨지면 얼마나 큰 일이 생기는지 나에게 설명했다. 계약금은 삼천만원인데 이 계약금이 문제가 아닐 정도로 큰 문제라고 했다. 나는 만에 하나 이 임대차 계약이 깨지게 될 만한 상황이 발생하면 나에게는 얼마나 더 큰 일이 생기는지 설명을 드리면서 안심 시켜 드렸다. 임대인은 좋은 임차인을 고르는 입장이셨기에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명함을 드리면서 내 이름을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시면 좀 더 안심이 되실 것이라고, 그리고 B612라고 아마 따님은 아시는 앱일텐데 그거 만들던 사람이라고 말씀드렸다.

한달 넘게 고민하던 사무실을 구하고 나니 너무 즐거워서 바로 위대표에게 연락했다. 사무실 건물 사진도 보냈다. 위대표는 “잘 하셨습니다.” / “좋은데요.”라고 화답하였다.

조인한, 또는 조인할 멤버들이 딥러닝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라고 컴퓨터도 샀다. 딥러닝 연구개발용으로 사니 한대당 사백만원 쯤 들더라. 대부분의 멤버들이 아직은 필요 없다고 해서 일단 두대만 샀다. 책상도 알아보니 주문후 도착까지 사주나 필요하다고 해서 일단 여섯개만 주문했다. 혼자 이것저것 다 하려니 너무 시간이 부족하고 대표가 이런 일들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이 회사로서 아깝다 싶어서 일단 조인 확정된 멤버들에게 부탁해서 단독주택에 설치할 세콤도 알아보고 네트워크 공사 등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살 집을 계약했다. 나는 일단 십년은 한국에 있겠다고 생각 했기에 우리의 십년 가족계획에 맞는 집을 구했다. 처가에서 가까운 집 중에 적당한 크기의 집이 너무 안 구해져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어차피 보이저엑스에서 받을 연봉도 꽤 될거고 향후 십년의 가족 계획도 있고 해서 집값에 대해선 너무 크게 걱정을 하지 말기로 마음 먹고 더 큰 집을 구했다. 아내는 일본 회사의 퇴사 계획도 진행하고, 일본 집도 정리 하러 우주를 데리고 잠깐 일본에 들어갔다.

지난 4개월 동안 겪고 깨달은 일을 정리해 본다. #6

IR(투자설명회 등)은 언제해?

어느날 누군가 물었다. 아, 그때서야 생각이 났다. 그러게. 그렇지 원래 단 1억의 투자를 받더라도 IR이란걸 해야 하는 걸텐데, 난 IR 같은 거 안하니까, 정말 편하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위대표에게 물어봤다. 우리는 그런거 안하나요? 위대표는 그런건 필요 없고, 그냥 혹시 Vision Statements 같은 문서가 있으면 공유 해 달라고 했다. 음… Vision Statements 문서라… 처음 들어본 단어이긴 했는데 일단 사업계획서가 아니란 점에 안심 했다. B2C 스타트업이 아직 제품도 서비스도 없는데 만든 사업계획서 같은 것은 종이 낭비에 불과하니까. 그런데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Vision Statements 정도라면 뭐… 적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여하간 보이저엑스에게는 아직 그런 문서는… 커녕 어떤 문서화된 계획도 없었기에 곧 작성해서 드린다고 했다. 위대표 말을 들어보니 원래 내가 늘 하고 다니던 말들을 정리만 하면 될 것 같았다.

정리하다 보니 이게 내가 이사회나 IR에서 발표할 것 같으면 슬라이드로 만들고 원래 내 스타일대로 키워드만 나열해서 적으면 되는데, 내가 발표할 게 아니면 내용을 좀 상세히 적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표에게 물었다. 제가 발표해야 하나요? 위대표는 그럴 필요 없고, 사실 이사회도 형식적인 것이고, 이사회에서 이 문서를 보거나 하진 않을 거라 했다. 그냥 사내에서 나를 잘 모르고 또 직접 만나보지 못 하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을 정리만 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군, 그거 좋군. 그냥 후딱 작성했다. 딥러닝 B2C 예제 아이템도 수십개쯤 떠오르는 것 중에 대강 다른 분야로 볼 수 있는 거 다섯개 정도 골라 봤다. 어차피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지도 않을거고, 의사결정자들이 보지도 않을 거라면 내가 뭐하러 거기에 시간을 들이겠는가. 그 시간에 멤버들 모집하고 사업 아이템 고민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후딱 작성하긴 했는데 그래도 그냥 버리긴 아까워서 조금 더 정리하고 다듬은 후에 조인하기로 한 우리 멤버들과 얘기 진행 중이던 후보 멤버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보이저엑스의 방향에 대해서 공유하는 용도 정도로 사용했다.

그때 후딱 만든 파일: 왜 VoyagerX인가? https://1drv.ms/b/s!AjttQ_m8CMHwlhmKi0TgKfCIjxLe

그렇게 열심히 차근차근 사업 준비를 하던 어느날 얘기 중에 “의장”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그래도 투자금 백억, 밸류에이션 육백억이나 되는 투자인데 의장님과 인사 한번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위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당연하지. 우리 물주님을 드디어 뵙게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이런 투자가 가능한지 궁금하기도 했고, 원래 돈 많고 높은 분들 만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조금 귀찮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번엔 우리 물주님이시니 약간 기대도 되었었다.

한편 일단 금전대차로 처리하기로 한 십억은 위사의 내부 절차상 4월말 보다 5월1일이 편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또한, 역시 위사의 내부 규정 때문에 십억부터는 이사회를 거쳐야 하니 십억 말고 구억은 형식적인 이사회조차도 거치치 않고 바로 된다고 어떠냐고 제안이 와서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그리고 백억 계약서 내용에 대해서는 위사 법무팀 검토가 한번 끝난 버전을 우리 로펌이 단어 하나 레벨의 검토까지 완료 했고 다시 위사에 전달 하였다. 위사 투자 담당자는 최종적으로 법무팀 검토를 받긴 해야겠지만 위사의 의지도 있고 그 동안 얘기나눈 것도 있고 하니 거의 이대로 진행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그래, 이제 위의장님께 인사 드리고 5월1일에 구억이 들어오고, 그 다음에 백억 계약 마무리 하고 열심히 사업을 진행 하는 일만 남았다.

위의장과의 인사 자리는 4월24일 월요일 11시 판교 위사 본사로 잡혔다.

지난 4개월 동안 겪고 깨달은 일을 정리해 본다. #7

4월24일 월요일 드디어 위의장을 만나는 날이다.

내가 옷을 약 30초라도 신경을 써서 입는 날이 가끔 있는데 이날은 한 60초는 신경 썼던 것 같다. 우리 업계에서 옷을 그 이상으로 너무 잘 입는 것은 옷을 아예 못 입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도 하지 않던가. 그리고 약속시간 11시의 10분 전에 판교 위사 본사에 도착했다. 위사 투자 담당자가 위의장은 약속에 좀 늦을 것 같으니 기다리고 있으라 했다. 그리고 위대표는 나타나지 않았다. 담당자의 말도 그렇고 아마도 위사의 크런치 이슈 대응에 바쁜 거 아닐까 싶었다. 뭐, 여하간 의장과 대표는 여러가지 이슈로 바쁜 사람들일테니 내가 기다려야지 했다. 결국 1시가 되어서야 만났다. 결국 무슨 일 때문인지 아무튼 위대표는 이 미팅에 못 들어왔고, 위의장만 들어와서 일대일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위의장은 놀랍게도 내가 대강 만들었던 Vision Statements 문서를 보고 있었다. 아, 저걸 의장이 볼 줄 알았으면 신경 써서 만들걸… 아이템도 좀 제대로 고르고, 슬라이드도 좀 예쁘게 할 걸… 위대표는 왜 대강 만들어도 된다고 한건가… 싶었으나, 뭐… 이미 늦었다. 그리고 사실 크게 상관도 없었다. 어차피 위의장은 인공지능에 대해서 이해가 있지 않은 상태였다.

위의장의 첫 말은 본인은 인공지능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내가 뭘 하겠다는 건지 전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음… 이거 뭔가 그냥 인사 드리고 덕담 듣고 나오는 자리가 아닌가보다 하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일단 나는 위의장이 개발자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개발자가 이해할 수 있는 버전으로 딥러닝에 대해서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하였다. 위의장은 인공지능에 대해서 이렇게 쉽게 설명 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며 이제서야 인공지능이 뭔지 알겠다며 흡족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위의장에게는 인공지능, 나에게는 딥러닝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더 나눴다. 나는 얘기가 매우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위의장은 위사는 오로지 IP 사업에만 관심이 있으며 그래서 인공지능 같은 기술이 나오면 그냥 쓰면 된다고 하였다. 나는 어차피 위사가 IP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은 위대표에게도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는 않았고, 보이저엑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투자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 얘기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나는 위의장에게 어차피 위사가 보이저엑스에 투자를 하고 인연을 계속 이어갈테니까 내가 종종 인공지능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다고 하며, 바로 IP 사업에도 인공지능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몇가지 예제와 함께 얘기 해 주었다. 하지만 위의장은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싸지면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교체하면 그만이라며 위사에서는 대비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지금 크런치 이슈 때문에 힘든 상황일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 귀가 의심스러워 다시 한 번 물었다. 아, 그런데 그 변화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는데… 내가 알기로는 위사에도 디자이너도 있고 개발자도 있고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때 위대표가 들어왔다. 위의장과 위대표는 이구동성으로 뭘 그런 거까지 걱정하냐며, 인공지능이 사람 보다 싸지면 위사로서는 좋은 거고 미리 대비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음? 내 가슴으로부터 뭔가 그러니까 크런치 같은 그 무언가가가 올라와서 목구멍으로 나오려는 것을 눌렀다. 일단 지금 여기서 그 얘기를 더 하는 것은 타이밍이 좋지 않아 보였다. 적당히 웃는 척 하며 넘겼다.

다음으로 위의장은 이제 인공지능이 뭔지 알겠고, 당신이 똑똑하고 일을 잘 하겠다는 것도 알겠는데 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앗,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아이템에 대해선 앞으로 3년간 10개를 시도해 보는 것으로 더 이상의 얘기는 필요 없던 것 아니었나? 아이템조차 그런데 헐, 돈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나는 당황했지만, 내가 이런 저런 일들을 잘 해 왔고, 앞으로도 열심히 잘 할텐데 돈 버는 것도 당연히 신경 쓸 생각이었지만 앞으로 더 신경겠다고 했다. 이제 창업도 했고 내가 하는 사업이니 당연히 돈도 더 열심히 벌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위의장은 돈을 벌려면 이런 착한 것들로는 돈을 못 번다며 착하지 않은 일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의 일들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 번 내 귀를 의심했고, 가슴으로부터 목구멍까지 뭔가 올라왔지만… 내 입에서는 그렇죠. 원래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 잘 먹히죠라며 적당히 응해 주고 있었다. 내 스스로가 비겁하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으나 지금은 투자를 얘기할 때지 그럴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일단 그 생각을 머리속에서 빨리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다음으로 위의장은 다 좋은데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고 했다. 이렇게 돈도 안 보이는데 밸류에이션 육백억은 너무 한 것 아니냐며 낮춰 달라고 했다. 어라… 이건 또 뭐지. 지난 삼개월간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이슈화 되지 않았었는데 그만큼 육백억은 굳건한 숫자였는데 마지막 인사 및 악수 자리에서 이건 무슨 얘기지. 일단 나는 이런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짧게 생각하고 빨리 대답하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그건 나 뿐 아니라 멤버들에게도 영향이 있는 것이고 너무 중요한 이슈니까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 하고 넘겼다.

그리고 이런 저런 잡담을 좀 더 하다가 웃으며 미팅이 끝났다. 위의장은 백억짜리 복권을 사는 기분이라면서, 뭐 돈은 안 보이지만 복권은 원래 그런거고 내가 알아서 열심히 잘 할 것 같으니 잘 해 보라 했다. 나는 투자해 주신 것이 아깝게 되지 않도록 노력 하겠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왔고, 4시, 위사 투자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이슈가 있다고 들었는데 삼백억은 어떠냐는 것이었다. 뭐라고요? 나는 바로 이 말이 나왔다. 그러자, 아 프리 삼백억이요. 뭐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았는데 사실 통화품질도 안 좋았고, 잘 안 들렸다. 하지만 프리건 포스트건 확인할 필요도 없이 어차피 삼백은 그냥… 들을 얘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거참, 협상 전략 한 번 거치네… 하고 생각하며 적당히 넘겼다. 그냥 협상용으로 세게 얘기한 것이지 설마 진짜 삼백억을 원하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나서 예전에 투자 업계쪽 선배가 해준 얘기가 생각났다. 일부 못된 투자사들이 자주 쓰는 전략이 있는데 마지막까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며 다른 투자사들을 다 떨궈내고, 창업자/피투자사가 거절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후에, (궁지 아닌 듯한 궁지에 몰아놓고) 마지막 순간에 밸류에이션을 엄청나게 후려 쳐 버리는 전략이라는 것이었다. 어라? 이게 그건가? 싶었지만, 설마… 위대표와 위사가… 하며 또 넘겼다.

그리고 5시 다시 위사 투자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동안 고생 했다 감사 했다는 얘기를 주고 받았다. 육백억 밸류에이션 얘기는 잠시 미뤄두고 일단 십억 금전대차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돈을 받기 위한 절차에 대해서 얘기했다. 일단 보이저엑스의 통장사본을 위사로 전달 하기로 했고 내가 바로 다음날 그러니까 화요일 오전에 십억 금전대차 계약서를 세부 프린트 해서 도장을 찍어서 퀵으로 보내면 수요일에 위사에서도 도장을 찍어서 퀵으로 나에게 보내주기로 했다. 나는 수요일 오후에 일본으로 우주 보고 이사짐도 정리하러 들어갈 계획이었기에 퀵으로 주고 받지 말고 그냥 내가 위사로 가는게 나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녁 내내 밸류에이션 삼백억 얘기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나는 다른 투자사들과 하던 얘기들도 있고, 멤버들과 약속한 것도 있고, 내가 가졌던 다른 기회들도 있고 등등 해서 십프로 할인해서 오백오십 정도까지는 들어줄까? 에잇. 매우 기분 나쁘지만 오백까지도 들어줘야 할 수 밖에 없나? 그럼 멤버들 한테는 뭐라하지? 멤버들이 나의 협상력에 대해서 실망이 크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위대표에게 연락을 시도 했으나 위대표는 바쁘다고 했다. 그래, 아마 크런치 이슈 등으로 정신 없는 것 같은데, 내 이슈는 잠깐 내가 참고 기다려 주자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한참 연락을 기다렸으나, 밤새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화요일 아침, 전화가 왔다. 위사 투자 담당자였다. 메일은 보셨나요? / 아니요. 아직 못 봤는데요. / 그럼 일단 메일을 보시고 전화 다시 주세요.

@ 이어서…

지난 4개월 동안 겪고 깨달은 일을 정리해 본다. #8

4월 25일 화요일, 도장 찍는날 아침, 전화가 왔다. 위사 투자 담당자였다. 메일은 보셨나요? / 아니요. 아직 못 봤는데요. / 그럼 일단 메일을 보시고 전화 다시 주세요.

나는 메일함을 열어봤다. 그리고 다음을 보았다.

헐…

나는 작은 사고에는 당황하는데 너무 큰 사고를 당하면 갑자기 침착해진다.

이 순간 나는 매우 매우 침착해졌다.

@ 이어서…

 

남세동1

  • 사업가

    2017년 5월 6일 #1 Author

    정의 소수자 위대표님 좋은 판단인것 같습니다.
    이글을 읽으니 돈이있으면 위사 주식을 사고 싶어지네요.

    즐거운 개발팀, 10번중 1번의 성공을 위해 투자 하는것이 아닙니다.
    기술이 좋다고, 뛰어난 재주가 있다고해도 100억이 200억이 되지않습니다. 또한 글을 읽어보니 그 값어치만큼의 재주가 있다고는 보이지는 않습니다.

    위대표님은 100억에 포함된 많은 인생을 걸고 딜을 하신겁니다.
    4개월과 자존감, 약간의 금전적 손실이 이렇게 긴 글을 쓸정도로 크나큰 실패라고 생각하신다면 반대로 100억 만큼의 실패를 할뻔한 주주 혹은 투자자들의 후달림도 생각해보시지요.

    스스로 이글을 나중에 읽어보고, ‘아 창피하다’ 하실때쯤 투자를 받으실겁니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사람만큼의 경험, 또한 사람 만큼 결코 책임질줄 아는 개체가 될 수는 없지않습니까?

    아쉽고 원망스러운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것은 버리고 그 외에 도움이 될만한 경험 데이터를 의미있게 사용하세요.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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