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사람-⑤,권도균]“대한민국 스타트업,실리콘밸리 수준”권도균의 직격탄,“근육주사제는 이제 치우자” [향기나는 사람-⑤,권도균]“대한민국 스타트업,실리콘밸리 수준”권도균의 직격탄,“근육주사제는 이제 치우자”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문재인 정권은 재벌개혁과 맞물려 중소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이른 바 ‘반재벌, 친 중소벤처기업 육성’ 의지를 공식화했다. 특히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 스타트업과... [향기나는 사람-⑤,권도균]“대한민국 스타트업,실리콘밸리 수준”권도균의 직격탄,“근육주사제는 이제 치우자”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문재인 정권은 재벌개혁과 맞물려 중소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이른 바 ‘반재벌, 친 중소벤처기업 육성’ 의지를 공식화했다.

특히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은 재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이젠 미국 등과 같이 유망 스타트업과 글로벌 챔피언급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통해 대기업 중심의 기득권 질서를 허무는 동시에, 글로벌시장에서 통하는 혁신적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 멈춰버린 성장동력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산업정책기조의 일대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여전히 재벌 대기업 구조로 견고한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는 국내 산업구조를 어떻게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변화할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그 것은 결코 정책의 문제가 아닌, 시장의 논리와 사람의 문제라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혁신적 인물과 규제 없는 시장 친화적 정책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권이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어떻게 벤처생태계를 키우고, 기존 대기업중심의 갑질 횡행한 기득권질서를 타파할 수 있을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치원미디어는 대한민국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생태계에 좋은 기운을 불어 넣고있는 최고의 전문가 그룹 인터뷰를 통해 그 해결의 단초를 제시하고자 한다.  

결국, 마인드와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절대 제도와 정책의 문제가 아닌 시장의 논리와 사람의 문제라고 피치원미디어는 판단하기 때문이다.

피치원미디어는 ‘향기나는 사람’시리즈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키우고 살찌울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주옥 같은 10명의 인터뷰를 소개할 계획이며 1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2 편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 3편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4편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에 이어 5편 국내 1호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 창업자 권도균 대표를 소개한다.

권도균

권도균 대표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실리콘밸리식 액셀러레이터를 처음으로 도입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다섯 번의 창업과 풍부한 사업경험, 국내 액셀러레이터 1호란 수식어답게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살아있는 ‘레전드급’ 멘토로 통한다.

실제 권 대표는 보안솔루션회사 이니텍과 전자결제회사 이니시스를 창업, 코스닥상장 후 2008년 두 회사를 미국에 3300억원가치로 매각, 최소 1000억원대 이상 돈을 번 경력의 창업자 출신 투자자다.

그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갖고 있는 상징성은 바로 시간과 돈에서 자유로운 자산가이면서도, 단순한 투자수익 목적 외에도 사회적 기여를 감안한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품격의 ‘엔젤투자 황금세대’를 대표하는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권 대표가 본엔젤스파트너스 장병규 대표와 함께 대한민국 스타트업계로부터 찬사를 받는 것은 수백억원, 수천억원을 엑시트한 후 대형 건물 매입 등 임대료 수입이나 무분별한 M&A, 주식투자 등에 골몰했던 기존 성공 벤처 창업가와는 달리 돈 버는 목적보다는 후배 창업가 지원과 사회적 가치를 위해 개인 돈으로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하고 경영 멘토에 나서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권 대표는 8년 전, 프라이머 창업 이후 지금까지 프라이머 법인으로부터 단돈 10원도 갖다 쓰지 않을 만큼 투명한 운영을 하고 있다.  지금은 한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 비용과 체제비 등을 개인 돈으로 부담해왔고, 지금도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하며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자비로 충당한다.

이 때문에 권도균 대표가 발굴하고 투자하고 지원하는 스타트업 포트폴리오에도 투명한 경영과 정직하게 사업하려는 창업자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사업만 벌써 8년째를 맞고 있는 권도균 대표는 10년후에도 엔젤투자와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나이가 들어도 ‘경험’과 ‘지식’을 지원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단다.

■ 시간 단위로 하루 10개 팀을 만나는 권도균의 열정, 그는 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가?

권 대표는 프라이머 운영 8년만에 기업가치 500억원대, 1000억원대 기업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 이런 추세라면 자신처럼 프라이머 포트폴리오 창업자들중 엑시트하고,  그 돈과 경험을 가지고 프라이머 파트너로 합류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투자기업 중 누군가 엑시트해 또다시 후배 스타트업을 위해 투자를 하는 이른바 선순환 투자 사이클이 만들어지는 게 권도균의 꿈이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책이나 구호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 씨를 뿌려 심어야 하고, 실제 그 씨가 나무가 돼야 이루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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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를 보고 한국판 Y컴비내이터를 만들고자 귀국, 2010년 국내 1호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를 설립했던 권도균. 오랜 사업경험, 8년여의 스타트업 초기 투자업무를 진행해온 그의 소회가 궁금했다. 놀랍게도 그의 첫 마디는 바로 ‘창업은 신비롭다’는 것.

“투자하면 할수록 창업은 신비로운 것 같아요. 반드시 성공할 모델이라 확신했지만 틀린 경우가 있고, 별 능력이 없어 보이는 창업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 거예요”

어느 정도 틀을 갖추고 매출, 이익과 같은 성과가 나와 시리즈A, B투자를 받을 단계면 사업성을 판단하기 쉽지만, 싹도 없고 이파리도 없는 씨앗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을 절감하고 있다는 게 8년간 액셀러레이터 사업에 집중해온 그가 내린 결론.

“그전에는 연락 온 곳만 봤고, 먼저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젠 무조건 만납니다. 가능하면 더 많이 만나려 하죠. 저 스스로 기존에 판단했던 방식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권 대표는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성수동과 강남역 사무실 두 곳을 중심으로 거의 매일 시간 단위로 스타트업 팀을 만난다. 일정이 많을 때는 하루 12개 팀을 만날 정도.

점심은 거의 혼밥. 강남 사무실 인근 6000원짜리 가정식 백반집이 그가 늘 찾는 단골집. 하루 일정이 끝나도 그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하는 팀, 소개받은 팀, 각종 행사에 출연했던 팀, 콜드메일로 자료를 보낸 팀 등 자료와 싸움하느라 늘 밤 12시를 넘긴다.

집에 TV도 없고, 퇴근 후엔 자료 살피고 낮엔 시간 단위로 쪼개 새로운 팀을 만나는 게 스타 투자자 권도균의 하루 하루 모습이다. 이 바닥에 권도균과 프라이머의 평판도는 대단하다. 프라이머가 발굴, 초기 투자한 스타트업의 경우 유망 VC업계 관심 유망주가 될 만큼 이미 ‘프라이머 프리미엄’이 형성될 정도다.

프라이머는 초기 장병규 본엔젤스파트너스 창업자 및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에 이어 최근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오치영 지란지교 대표에 이어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등이 벤처파트너로 합류, 13명이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혼자 할 수도 있지만 파트너들과 함께 일하며 많은 걸 느꼈어요. 제가 못 보는 뷰가 있더라고요. 서로 많이 배웠죠. 투자철학이 서로 다르다는 점, 잘 아는 영역에서 투자하는 게 맞다는 사실도 깨달았죠”

사업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고 실토한다. “전 정말 10개 투자하면 10개 다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고객 니즈 맞추고 원가 이하로만 만들면 다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실제 한 개도 안 망하게 하겠다 자신했어요. 교만이었죠. 지금도 생각은 같지만 사업은 잘 안돼 접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죠. 창업가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이니까요”

8년이 지난 지금, 그가 내린 결론은 “결국 창업자들이 하는 것”이라는 점. “실제 다른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죠. 좋은 창업자를 발굴하기도 어렵지만, 좋은 창업자를 잘 돕는 것도 정말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어요” 결국 창업자가 전력 질주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권도균 멘토링의 핵심, “사업은 좋은 제품 만들어 이윤 내는 거다, 기본기가 핵심”

권 대표 역시 스타트업 관련 행사나 단체주최 컨퍼런스 등에 꼭 섭외되는 단골 강사다. 오랜 사업 경험 탓에 그의 멘토링은 차원 다른 메시지를 쏟아낸다. 그의 일성은 바로 ‘창업에 대한 마인드셋, 즉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창업자가 외부 요인에 휘둘려 실제 사업에 필요한 본질을 놓치는 경우는 정말 많아요. ‘사업이란 이런 거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고 하는 노이즈와 속설을 따라 본질을 자꾸 잃어버리죠. 사업의 기본은 좋은 제품 만들어 이윤 내는 거예요. 너무나 쉬운 거죠. 이런 기본기를 되살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 권도균의 BM찾는 노하우

권 대표는 길게 보고 고객에 감동주며 제품∙서비스를 팔아 돈 버는 일에 집중하지 않는 스타트업이 의외로 많다고 질타한다. “실리콘밸리식 유니콘을 흉내내려는 경우예요. 뭔가 붐을 막 일으켜서 큰돈 투자받고 빨리 엑시트하려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런 일에 빠져 사업을 안 하는(사업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의미) 경우도 꽤 많아요”

“결국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자금이 떨어지고 나서 이 산이 아닌가 보다 하고 결론 내리죠. 이건 사업놀음입니다. 엉뚱한 짓 하고 있는 거예요. 결국, 좋은 제품 만들어 고객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일에 집중하는 일을 잘하는 팀과 잘 못 하는 팀은 결국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이죠.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는 창업 7년 차에 접어든 스타일쉐어 같은 회사가 좋은 사례라고 평가한다. 스튜디오패션 사진에 식상해 시작한 그 본질을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의 온갖 유혹과 기회를 버리고 본질을 유지한 끝에 이젠 거래 규모가 월 20억원대에 이른다.  마이리얼트립 역시 좋은 케이스란다. 본질을 잃지 않고 5년간 지속한 끝에 월 3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2015년 당시 1년 새 271배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BM이 중요한 데, 수익모델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BM은 내가 타깃으로 하는 고객의 어떤 문제점(어려움을 겪는 요소)을 찾아내, 그걸 해결해 주느냐 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BM을 잘못 설정하고 말이 안되는 걸 붙잡고 아무리 투자받아도 결국엔 힘들게 되는 거죠”

그는 “BM을 찾을 때는 전제가 틀렸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린(lean)하게 실험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검증은 고객이 반응할 때입니다. 고객이 정말 좋아한다는 반응이 나올 때까지 실험해야 하는 거죠”

권 대표는 결국 사업은 작동하는 BM을 발견하면 의외로 쉽다고 진단한다. “시동이 걸리면 급류 타는 배와 같습니다. 그전까지 검증하는 과정이 힘들고 어려운 거죠” 창업자의 역량은 결국 좋은 BM과 고객 반응이 왔을 때 빠르게 요리하는 능력에 달려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오랜 멘토링 경험을 토대로 창업자, 기업가의 기질은 타고난다는 게 그의 지론. “사업가 기질은 타고나는 것 같아요. 가장 위험한 게 바로 흉내 내는 거예요. 야망은 가져야 하지만, 꼭 이건희, 정주영이 될 필요는 없거든요. 자신을 인정해야 합니다”

권도균이 창업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주문하는 메시지가 바로 자기 그릇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 “CEO는 타고나는 겁니다. 나도 신문에 나는 저런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있는 거죠. 자기 그릇을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후 자기 능력의 150%까지 일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게 핵심입니다”

권 대표의 지론은 연 매출 20억원 규모의 회사를 경영하더라도 이를 20년, 30년 이상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CEO라면 그 역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만큼이나 훌륭한 기업가라고 설명한다.

“꼭 (사업 규모가)크고 유명한 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가치 있는 게 중요하고 그런 가치의 질은 같은 거예요. 시총 조 단위 유니콘 기업 역시 가치의 질은 같아요. 이해진, 이재웅, 김범수 창업자 역시 자기 그릇의 150~250% 전력투구했다는 점은 동일한 가치인 거예요”

  • 권도균식 경영능력, 조직관리 노하우

그는 우아한형제들 김봉진대표 예를 든다. “김봉진 대표는 타고난 사람이예요. 무조건 이를 흉내 내지 말아야 해요. 창업자들의 경우 자신의 장점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게 매우 중요해요”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일 역시 흉내가 아니라 자기 장점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장 처음 할 때는 다 몰라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는 잘 모른다 생각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헤쳐나가는 게 중요해요. 진실하게 말이죠. 초보 창업자들이 사물을 볼 때 편법이나 지름길, 묘수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권 대표는 가장 바람직한 경영 자세는 솔직하고 정직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사물이나 조직을 바라볼 때 진실하게 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솔직함과 정직이 최고의 조직관리 방법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잘 모르더라도 진실하고 정직하게 하는 게 최고의 경영이에요. 진실하고 정직하면 훌륭한 경영자가 될 수 있어요. 특별한 묘수가 있는 게 아니예요.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회사 역시 모든 사람들 사이에 통하는 상식이 최고의 묘수이지요”

그는 ‘직원 내보내기’사례를 든다. “직원을 내보내야 할 때가 있어요. 근데 회사가 어려운 게 아니라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사람을 자르는 것은 진실한 게 아니에요. 회사가 어려울 때 하는 구조조정의 경우에도 진실한 접근이 가장 좋은 거죠.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식으로 정직하게 해야 해요. 보통의 사람이면 다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정도를 지키지 않고 욕심을 부리거나 잔수를 쓰다보니 감정적인 분쟁이 생기고 노동부 고발당하고 그러는 거거든요. 훌륭한 경영은 진짜 고객과 직원을 위하는 거예요. 이런 생각만 명확하면 훌륭한 경영자인 거죠”

권 대표는 경영에 있어 정직함과 진실함 외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이란다. “그걸 버리고 다른 묘수 찾는 걸 경계하도록 노력해야 해요”

권 대표의 경영에 대한 주옥같은 멘토링은 이것 뿐만 아니다. “창업자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같은 경우가 많지만 미묘하게 다르죠. 회사보다 창업자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이미 경영의 정통성을 잃은 거예요. 잘못된 토양 위에 빌딩을 짓는 격이죠. 회사를 가치 있게 만들려는 생각이 정도경영의 초석이에요”

 

그는 늘 정통성을 강조한다. “사람 사는 원리가 곧 경영원리라고 봐요. CEO가 깨끗하고 떳떳하면 조직이 깨끗해져요. 회사가 고객과 관계도 떳떳해지죠. 한국에서는 정상적으로 경영하기만해도 그게 바로 조직의 경쟁력이 되는 거예요”

“사업의 본질적 지표는 거래액과 매출 수치입니다. 성과가 있으면 수치로 얘기하면 돼요. 보여줄 게 없으니, 그럴듯한 전략이나, 제휴, 해외진출 등과 같은 다른 걸 내세울 수 밖에 업죠. 창업한 지 수년이나 지나고 상당한 금액을 투자받아 유명해진 스타트업들의 최근 보조자료를 봐도 여전히 성과와 관련된 수치는 없고 이런 것들로 나열되어 있으면 정상적인 회사라고 보기 어렵죠.  프라이머 데모데이에서 발표하는 스타트업들은 월 매출 수백만 원이라도 성과 중심으로 발표하게 합니다. 지난달 200만원에서 이번 달 1000만원 매출을 했다면 5배 성장한 거거든요. 월 매출 1000만원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정말 자랑스러운 데이터입니다. 사업의 본질적 지표는 거래액, 매출과 같은 성과지표입니다”

 

사업은 결국 이런 매출, 성과를 내기 위해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그는 요약한다. 권 대표는 요즘 스타트업 관련 언론보도 역시 투자유치 성공 및 투자유치 금액만 천편일률적으로 보도되는 관행이 아쉽다고 토로한다.

“사실 사업의 본질적 측면에서 보면 이 회사가 어떤 성과를 냈고 성장률을 보인다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투자유치 금액을 보도하면서 그런 성과내용도 같이 보도하면 의미가 있을 텐데,아쉬워요”

■ 권도균, 그가 바라본 2017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최근 쿠팡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권 대표는 평가절하한다. “석기시대가 지나고 철기시대가 왔는데 여전히 돌도끼로 전쟁을 치루게 역부족인 것처럼, 대기업이 기존의 방식으로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인터넷이 도입되던 초기에 제가 근무했던 데이콤의 PC통신이 인터넷을 평가절하해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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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라는 한 회사가 성공할지 여부와 별개로 인터넷/모바일커머스는 기존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커머스를 이기고 지배 할 수 밖 없다고 강조한다. 권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단단한 입지를 굳힌 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진단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느덧 플랫폼 사업자로서 노하우와 비즈니스 노련함이 더욱 향상된 것 같습니다. 외부 제휴자들에게 다 퍼줘도 결국 돈을 네이버와 카카오가 더 많이 버는 구조로 만들었어요. 윈윈의 구조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젠 네이버와 협력하는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시대가 열릴 거예요. 슈피겐 같은 회사는 주로 아마존에서 휴대폰케이스를 팔아 시총 5000억원대 기업이 됐어요. 네이버는 구글, 아마존 같은 세계적 회사가 될 겁니다. 우리도 이젠 네이버라는 큰 항공모함과 함께 거대한 함선을 이뤄 외국기업과 경쟁하는 구도로 가야 합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신세계, 롯데와 같은 대기업들이 이런 생태계 플랫폼에 대한 이해와 생각을 가지고 변화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정부의 역할에서 스타트업 규제 철폐는 가장 화급한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마약이나 매춘처럼 명백히 불법인 것 빼고는 일정 규모 매출(예를들면 50억원)이하까지는 규제하지 말아야 해요. 더 커지고 문제가 드러나면 그때 가서 살펴보면 되거든요. 신산업이 커지기도 전에 규제로 싹을 자르면 안 됩니다. 커진 후 그때 가서 조정하고 논의하면 돼요”

실제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월매출 100만원도 안 되는데 규제의 잣대를 들이밀어 창의성의 싹을 자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한다.  “중국은 정말 그냥 놔둡니다. 사이즈가 커지면 그때 규제 당국이 들여다보고 제도권에서 수용할 수 있게 만들거든요”

“좋은 창업자를 만나 투자하려고 했더니 어느날 회사를 닫는다고 하더군요. 시작한지 두달도 안되고 동네 뒷골목 3층 구석방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구청공무원이 찾아와서 법위반이니 직권으로 법인을 말소시키겠다고 했답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거의 협박에 가까운 이야기를 듣고 문을 닫기로 했다고 했어요. 필요한 일에는 항상 인력부족을 이야기하던 공무원들이 이런 규제에는 너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권 대표는 자신의 창업 경험을 소개하며 규제의 모델을 제시했다. 실제 그가 창업했던 전자결제(PG)회사 이니시스 초기 사업모델은 부분적으로 법위반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때의 법제도로는 PG사업할 수 없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이 사업하려면 신용카드 거래를 해야하는데 온라인 비대면 결제에 대해 신용카드회사들이 거의 안열어줬었죠. 그래서 이니시스가 대표가맹점으로 신용카드 거래를 가능하게 했었죠. 여신전문금융법 위반이었죠. 창의적인 접근이었지만 불법인 줄도 모르고 했고, 중간에 국세청이 조사 들어오고, 검찰 압수 수색당하기까지 했죠”

권 대표는 불법인 줄 모르고 시도했기 때문에 온라인 PG서비스가 가능했다고 술회한다. “문제가 생긴 시점은 이니시스는 이미 코스닥 상장사이고 전자상거래시대 붐인 점을 감안해 당시 재경부에서 논의, 양성화 쪽으로 정책을 틀어줬고, 2002년께 PG를 여신금융업법 내 전자금융보조사업자로 허용해 양성화됐죠. 이니시스는 5년 가까이 불법사업을 한 셈이었죠”

규제의 관점에선 우리 정부가 중국을 배워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미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이렇게 세계적 기업이 된 것도 ‘선 양성화, 후 규제’라는 정책방향 덕분인 거죠. 작을 때는 그냥 규제 풀어서 창의적인 도전의 싹이 나오도록 길을 열어줘야 해요. 그게 글로벌 트렌드인 듯해요”

그는 엔젤투자자가 최근 급격히 늘어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자랑한다. “젊은 나이에 창업, 엑시트에 성공한 20대, 30대 젊은 자산가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엔젤투자쪽으로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런 엑시트 자금이 창업자금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변모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봐요”

그는 민간부문에서 스타트업계 선순환 투자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매우 좋은 징조라고 분석한다. “장병규 본엔젤스파트너스 창업자처럼 엑시트후 스타트업에 개인 투자하는 건강한 엔젤투자가가 많아졌고, 꺼꾸로 젊은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는 것이 어색해하지 않는 나이든 창업자가 많아진 것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권도균은 스타트업계에 일반화한 수평 문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그는 스타트업계 수평 문화가 2017년 대한민국 사회에 매우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네이버가 이사직급을 없애고 수평문화를 구축하고, 스타트업계는 이미 출퇴근 자율제, 호칭이나 직급 폐지하는 것이 일반화 되고 있잖아요. 이런 수평 문화의 본질은 바로 회사 내 모든 조직이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에요. 출퇴근 체크가 왜 필요해요? 자신의 사명을 달성하고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게 스타트업 기업문화 인 거죠” 권도균은 이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서 출발한 기업의 수평적 문화가 대한민국 사회로 흘러나가고 있다고 자신한다.

“젊은 스타트업 기업가들이 만들고 있는 이런 수평적 문화가 앞으로 20년, 30년 후 대한민국을 바꿀 거라 믿어요. 계급도 없고 본질에 충실하기 위한 수평적 기업문화의 출발점은 스타트업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고위관료의 과도한 의전은 본질을 아는 사업가적 시각에서 보면 정말 껍데기거든요”

권 대표는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상명하복 식 군대 문화가 초중고 학교 심지어 대학 내 권위적 교육환경에 의해 반복되는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학교에서 수평적 문화를 가르쳐야 하는 데 오히려 교육환경이 더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것 같아요. 미국은 오래전부터 격려와 동기부여하는 회사내 문화를 배운 직장인들이 이를 가정의 자녀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이런 문화가 미국 사회 전체로 확산된 측면이 있거든요. 기업문화는 정말 중요합니다”

그가 이니시스 시절 직원 가족을 별도로 지원한 것 역시 이런 맥락이다. 가족 식사 초대행사는 물론 자녀에 대한 교육, 부부관계 교육 등 가족대상 강연이나 세미나 식사초대 행사를 수없이 진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저도 나중에 알았어요. 결국 직원 가족을 건강하게 만들면 사회와 국가가 건강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니시스 시절 결국 직원가족이 건강해지니까 그 혜택이 회사로 돌아오더라고요. 직원가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해요”

권도균은 군대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면 앞으로는 스타트업이 이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IT창업 후 엑시트에 성공한 젊은 자산가들이 사회 기여나 엔젤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갈수록 돈에 더는 구속받지 않고 가치를 추구하는 자유로운 리더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그동안 사회 리더라 하면 법조인과 관료, 교수 층을 예로 들 수 있다면 이젠 어떤 이익이나 이해관계 얽매이지 않는 경험과 지식을 가진 독립적 리더들이 우리 사회 중요 축이 되고 있어요”

권 대표는 신경제에서 돈을 번 사람이 많아지고, 이렇게 엑시트한 후 여유롭게 사회적 기여를 고민하는 새로운 리더층이 두터워질수록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 권도균의 놀라운 지적, ‘돈으로 육성하지 말고 규제로 육성해야 한다”

그는 돈으로 벤처산업을 활성화하는 전근대적 정책사고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조성하는 벤처자금을 향후 중장기적 플랜으로 점차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VC들이 민간생태계에서 펀딩해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활짝 열어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잘하는 VC가 들어오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VC생태계가 건강하게 해야 합니다. 정부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간 분야가 농업이잖아요. 그런데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가장 망가진 분야 역시 농업입니다. 벤처분야도 농업처럼 계속 세금으로 육성하면 망가진다는 게 본질입니다”

그는 돈으로 육성하지 말고 정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가 SW를 구매해줘야 합니다. 미국 정부는 정부 내 전산 업무 상당부분을 민간에게 외주를 줍니다. 미국은 한국처럼 공공부문을 반드시 공무원이 해야만 한다는 의식이 없습니다. 정부 전산시스템을 모두 아웃소싱해야 해요. 정부가 가장 큰 구매처가 돼야 합니다. 돈을 주면서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운동선수에게 계속 근육강화제 주사를 놔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기초 R&D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정부 국책과제에 의존하는 국내 대학에 기초연구에 집중할 수 없는 연구환경은 너무나 아쉽다고 지적한다.

 

“미 아이비리그 대학이 유명한 것은 학부보단 대학원이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학자들이 모여서 연구하는 대학원대학교가 바로 세계적 대학이고 국가 기초연구개발의 산실이 되는 거거든요. 많은 좋은 대학은 교수가 한 한기에 수업 1개만 합니다. 그리곤 연구에 집중 하는거죠”

정부 역시 예산을 단기적 성과에 쓰지 말고 20~30년을 바라보고 집행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와 관련해 제발 가만히 놔두면 된다고 지적한다.  “싹만 안 자르면 돼요. 사업은 자기가 알아서 악착같이 해야 돈 버는 거거든요. 스타트업은 가만두면 됩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에 대해 사회적 격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젠 남 잘되는 것에 대해서도 격려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실리콘밸리와 비교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단다. “실리콘밸리 시스템 대단한 것 아닙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이미 대등한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실제 VC에 투자하는 미국계 LP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실리콘밸리 VC는 물론 여러 번 만난 러시아VC 역시 놀라움을 표시합니다. 이미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도 이미 수준급입니다”

8년간 121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대부로 평가받는 권도균 대표. “유니크한 자기 생각을 담아내야 합니다” 그는 정직한 기업가정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결과 중심적, 자기 주도적 철학을 가진 청년을 찾느라 오늘도 분주하다.

우리 사회는 이제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같은 향기나는 이들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

[향기나는 사람-6]편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선진국형 투자 기법과 문화를 심어준 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의 향기나는 투자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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